홈
독자코너/글로벌
<저녁 풍경>
뭇둑의 벤치에 앉아
저물어가는 연못 속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겁 많은 산그림자도 내려와 있고
덩달아 따라온 초승달도 옆에 앉았습니다
그 애와 자주 걷던 둘레길에도
벌써 핼쑥한 가로등이 눈을 껌뻑입니다
슬프게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그리움이 아픔이란 걸 모르고 삽니다
못둑에 부딪히는 물결 소리가
아련하게 생각의 허벅지를 꼬집어 있습니다
참기 힘든 사무침 때문일 겁니다
가슴도 맥박의 리듬을 분실한 듯합니다
이윽고, 짙어진 어둠만큼
둘레길은 이마가 훤하도록 불을 밝혔습니다
그 길을 지나가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산바람처럼 설레고 향기롭습니다
그럴수록, 나는 더 그 애가 그리워서
더는 그 벤치에 앉아 있지 못하고
슬그머니 그 못둑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김환식 작가의 열 번째 시집 ‘맨발의 생각’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