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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지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다시 배우는 길

권영국 한국폴리텍대학로봇캠퍼스 산학협력처장ㆍ교수 기자 입력 2026.08.24 13:49 수정 2026.08.31 10:13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에서는 산학협력처를 중심으로 대학과 지역 산업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학생에게는 산업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필요한 기술과 인재를 연결하는 것이다.

권영국 한국폴리텍대학로봇캠퍼스 산학협력처장. 교수
권영국 한국폴리텍대학로봇캠퍼스 산학협력처장. 교수


 지역의 청년 인구 감소와 기업의 인력 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고 청년들은 지역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얼핏 보면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지역의 교육과 산업현장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모두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영천은 자동차부품과 기계·금속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도시다. 최근 제조현장에는 자동화와 로봇, 인공지능(AI), 스마트제조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주어진 설비를 운용하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자동화 설비와 로봇을 이해하고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새로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지역에서 교육받은 청년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학생들은 지역에 어떤 기업이 있고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자신의 전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채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기업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찾기 어렵고, 어렵게 채용한 인력을 현장에 맞게 다시 교육해야 하는 부담을 이야기한다. 결국 사람의 부족만큼이나 교육과 산업현장의 ‘연결 부족’도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지역에 남아 취업하라고 권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지역 정주의 출발점은 청년에게 단순히 ‘남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등학교와 대학, 지역기업의 연결이 지금보다 촘촘해져야 한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지역의 산업과 기업을 접하고, 대학에서는 기업의 실제 수요와 연계된 프로젝트와 실습에 참여하며, 이러한 경험이 현장실습과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관계자가 대학에서 현장의 직무와 기술을 소개하고, 학생이 기업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도 늘어날 필요가 있다. 학생에게는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하는 기회가 되고, 기업에는 필요한 인재를 일찍 만나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영천에 위치한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에서도 산학협력처를 중심으로 대학과 지역산업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고교-대학 연계교육과 지역기업 공동연구, 기업 애로기술 지원 등을 통해 이러한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각각의 활동은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학생에게는 산업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필요한 기술과 인재를 연결하는 것이다. 교육과 기업 현장이 가까워질수록 학생은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고, 기업 역시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역인재 양성을 신규 인력의 취업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취업 이후에도 배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로봇과 자동화, AI와 같은 기술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몇 년 전 배운 기술만으로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신규 인력 양성과 함께 이미 지역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재직자의 직무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재직자 교육도 현장의 필요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기업에는 로봇 운용과 자동화 기술교육이 필요할 수 있고, 생산 공정을 개선하려는 기업에는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


 대학이 보유한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활용해 이러한 교육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이 겪고 있는 기술적 어려움까지 함께 해결한다면 재직자 교육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기술역량을 높이는 산학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 대학의 역할도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다. 학생을 교육하고 졸업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함께 키우고 재직자가 새로운 기술을 다시 배우며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기술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곳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


 대학이 가진 교육시설과 장비, 전문 인력이 학생뿐 아니라 지역기업과 재직자에게도 연결될 때 산학협력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산학협력 전담조직은 대학이 가진 교육·기술 역량과 지역기업의 현장 수요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새로운 대규모 사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영천에는 이미 고등학교와 대학, 다양한 제조기업과 관계기관이 있다. 새로운 조직이나 사업을 만드는 것보다 각 기관이 가진 교육과 기업지원 기능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 먼저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대학에서 지역기업으로, 취업 이후에는 다시 대학의 직무교육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하나씩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지역인재의 정착은 하나의 정책이나 단기간의 사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나 학생이 지역기업을 알고, 기업은 지역의 학생을 만나며, 취업한 재직자는 필요할 때 다시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 갈 수 있다.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기업에서 일하고, 일하면서 다시 배우는 것. 이러한 선순환을 꾸준히 만들어 가는 것이 지역의 청년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그 성장이 다시 지역으로 이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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